우리는 일상에서 매일 종이를 사용하고 접고, 쓰고, 만나고 있다. 읽고 있는 소설책부터 좋아하는 노트, 다이어리, 화장실의 휴지 등 어디서든 종이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온라인 뉴스를 보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글을 읽지만, 종이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지금은 쉽게 쓰고 버리는 종이, 한때는 신소재로 주목받았던 종이에 대해 알아보자.
종이 대신 파피루스, 대나무, 가죽에 기록
우리는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고, 신문 대신 온라인으로 뉴스를 접하는 시대로 현금 대신 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디지털 가상화폐에 웃고 울기도 한다. 점차 변하고 있는 디지털 혁명으로 전문가들은 페이퍼리스(paperless) 즉, 종이 없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전히 종이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힘들고 책이나 신문 외에도 사진, 포장지, 지폐, 택배 박스, 휴지, 노트 등 일상 속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사실 종이가 없었다면 인류 문명이 지금처럼 발전하는 것은 힘들었을지 모르며 인류 문명사에서 3대 발명으로 꼽히는 인쇄술은 종이가 없다면 불가능했다. 종이가 발명되면서 비로소 기록하는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인류의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종이는 언제 부터 사용했을까? 종이가 발명되기 전 유럽에서는 파피루스와 함께 양피지 등을 사용하였다. 아시아에서는 얇은 대나무 조각 혹은 짐승 가죽 등이 사용되었으며 대부분 무겁거나 부피가 크고 처리 과정이 복잡했다. 값도 비싸서 쉽게 사용하기 어려웠으며 휴대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였다. 그중 종이와 가장 비슷한 것이 바로 파피루스(papyrus)다. 파피루스라는 식물의 줄기를 얇게 저며 끈기가 있는 액체를 발라서 압착 후 건조해 사용하였다. 이것이 영어 페이퍼(paper)는 물론 독일어 파피에르(papier), 스페인어 파펠(papel) 등의 어원이 되었다.
최초의 제지법, 중국에서 전 세계로 전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는 식물에서 뽑아낸 셀룰로스를 체에 걸러서 만드는데 현재와 비슷한 방식으로 종이를 세계 최초로 만든 사람은 AD 105년 중국 후한의 채륜이다. 채륜은 나무껍질, 헌 어망, 넝마(면, 무명) 등을 절구통에 빻고 물을 이용해 종이를 만들었으며 그는 이 방법을 발명하여 황제에게 보고했고, 황제를 비롯한 많은 사람 의 환영을 받았다. 기존의 대나무나, 석판, 동물 가죽에 비해 제작 원료의 비용이 저렴했고, 가벼 워 휴대하기에 편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종이가 전래된 시기는 정확하지 않으나 「일본서기」에 610년경 고구려의 승려 담징이 일본에 건너가 오경, 채서, 공예, 종이, 먹, 칠 등을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고 하는 기록으로 보아 그 이전 에 제지법이 일반화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채륜의 제지법이 유럽에 전파된 것은 8세기 중엽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에 제지법을 전해 준 시기로 부터 150년 뒤로 당시 중국 당나라는 서방으로 종이를 수출하고 있었다. 현종 때 당나라는 사라 센 제국과 전쟁 중이었으며 이 전쟁으로 사라센에 잡혀간 포로 중에는 제지기술공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들이 이슬람 문화권에 제지술을 전파하게 되었다. 나아가 12~13세기에 걸쳐 지중해 연안, 유럽 등에 전파되었으며 15세기 이후에는 활자인쇄가 발명되면서 유럽의 제지공업이 급속도로 발달할 수 있었다. 종교 서적에서 그리스·로마 시대의 고전까지 다양한 책이 출판되면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기초와 독일 종 교개혁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후 1867년 미국의 화 학자 B. C. 티르만이 화학적으로 안정된 목재펄프 제조법을 완성하면서 대량생산의 시대에 들어섰으며 찬란한 종이 문화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한 매혹적인 종이
제지법이 전파되고, 발전되면서 다양한 종이가 생산되었지만, 종이는 여전히 값비싼 물건이었다. 종이의 원료에 넝마, 즉 해진 옷이 들어가는데, 옷 자체도 고가인 걸 생각하면 종이도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종이는 상류층의 전유 물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부유한 공증인이 었던 아버지 덕분에 종이를 자유롭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덕분에 그의 아이디어는 스케치로 남겨져 지금까지 빛을 발하고 있다. 종이 보급 초기에는 종이를 양피지에 비해 저급 한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양피지를 선호한 중세 유럽의 수도사들은 이교도들이 쓴다며 종이를 노골적으로 폄훼하기도 했다. 유럽에서 종이가 대중 화한 것은 산업혁명 덕분이며 넝마 대신 흔한 나무에서 펄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대량생산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제지공업과 인쇄 기술도 발달하면서 종이를 통해 전파되는 지식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 종이 가격이 하락하면서 화장지와 포장지 등 더 다양한 분야에서 종이를 사용하게 되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종이는 디지털 시대에도 우리 생활 속에서 함께 한다. 종이 특유의 냄새, 책장을 넘길 때 나는 소리 등 종이책만의 매력은 여전히 매혹적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나무가 아닌 다른 재료로 종이가 대체 될 수 있지만, 앞으로 도 종이는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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